아름다운 두 권

2008/05/15 14:05

오다 히데지 지음/ 삼양출판사 출판/ 2권 출간

dcdc님의 이글루스에서 소개글을 읽고 구입하게 된 작품.

다소 자폐적이고 반항적이고 엄청 서툴다.
미요리를 묘사하면 그렇다.
어찌보면 장르적 스테레오 타입, 달리 비약해보면 보편적인 소녀상이라고 납작 눌러버리면 그만일지 모르지만,
이 작품의 미요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It's ALIVE!

살아있는 미요리와 '숲'이 만나면서 생기는 새로운 '관계'들.
그 관계들 역시 살아있다.
그림이 증명해준다.
펜화에서 물기를 만날줄이야.

'미요리의 숲'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에서
나카자와 신이치가 자신의 강의록 시리즈 <카이에 소바주>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던 '관계','증여','순수증여'의 그림자를 짙게 느낄 수 있었는데, 2권 말 작가후기에 그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반가운 느낌과 더불어 읽어보고 싶은 책이 더 늘어난 아득한 상황...

에콜로지나 슬로우 라이프의 흐름에 영합하는 작품으로 분류되는 것을 걱정하며
'환경 뿐 아닌 인간의 근본적인 존재방식에 대해 그리고 있다'고 조심스레 첨언하는 작가의 말에 매우 동감한다.
끝까지 좋은 작품을 그려주길. 오다 히데지씨 화이팅!





진중권 지음/ 푸른숲 출판

백호 형에게서 빌려보고 있는 책.

누구는 진중권이 말이 많다고, 미디어에 노출되는 횟수가 지나치다고 한다.
누구는 그래서 진중권은 잡문이 너무 많다고 하고
그래서 누구는 진중권이 너무 정치적이라고 평한다.

모두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모르긴 해도 진중권 역시 대체로 수긍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보는 그는
좋은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하느라,  그 말들을 죽어있지 않게 하느라 여기저기의 질 낮고높은 '미디어'에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는 사람,
이론이 현실의 질감을 잊고 '자기부상' 할 때, 산만하게 살아있는 '잡문'을 써대는 '시민'.
그래서 정치적인 사람. 정치가 뭔지 적어도 '알고' 있기때문에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
그러면서도 수준높은 유머를 잃지 않는 강단있는 사람.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선 예언서이기도 하다.
"이 과도한 친미 경향 때문에 한국 우익은 우리의 이익과 미국의 국익이 다르다는 기초적 사실조차 종종 잊는다. 그리하여 미국인들보다 더 미국의 이익을 위해 설치는, 애쓰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떠오르는 대목 아니, 동물 혹시 없는지?
가령 풀만 먹고 사는데 이상하게 근육질인 '' 라거나...


요즈음 장안의 화제, 인기 스타 진중권씨에게 관심있는 분들.
근대의 굵직한 담론들이 한국이라는 특수한 땅에서 어떻게 물화되고, 때로는 오용되고 있는지, 나아가 어떤식으로 변용되어야 하는지 궁금한 분들.
자기가 얼마나 무식한지 궁금한 나같은 분들(젠장...).
나머지, 위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모든 분들께 일독을 권하고 싶다.


덧 붙여 노혜경씨의 <진중권론>에 소개된,
진중권의 저서<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머릿글을 재인용해 본다.

1963년 세포분열로 태어난 빨간 바이러스 진중권은 86년 서울대 미학과
를 마치고 군 적화사업의 일환으로 입대해 병영에서 노태후 후보 낙선을
위한 선동사업을 벌이다 귀환한 뒤, 92년 소련의 '구조기호론적미학'연구
로 석사학위를 받고, <미학강의>(새길), <맑스레닌주의 미학원론>(이론과
실천)을 번역하고, 좌익 현대화를 위해 컴퓨터 미학 입문서<예술.기호.
정보>(새길)을 번역하고, 청소년을 위한 대중 교양서 <미학오딧세이>(새
길)을 집필, 전교조 세포활동을 측면 지원하고, <춤추는 죽음>(세종서적)
으로 "죽음의 굿판"을 일으키는 등 좌익문화단체('노문연')의 간부로 이
사회에 "문화사회주의자의 헤게모니"를 구축하다가, 무너진 동구사회주
의를 재건하라는 지하당의 명으로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 유학온 이후,
베를린 한국 영사관 앞에서 열린 97년 노동자 총파업 지지시위에 참가하
고, 혁명기지 강화를 위해 공화국 북반부에 군량미를 보내고, 교회 주일학
교에 침투, 유아들 사이에서 적색 소조 활동을 펴는 등, 일생을 세계 적화
의 외길로 걸어왔다. 왜 꼬와?










<공중그네>

2007/06/19 17:06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은행나무 출판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서점에 가면 꼭 눈에 밟히곤 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어제 야근 중 충동적으로 구입한 책입니다.

1. 제가 일하고 있는 팀의 PL님 도서 뭉치에서 발견, 먼저 읽어버릴 걸 하는 약오름.(결국 먼저 읽었지만 :P)
2. 곧 잘 가는 블로그의 주인이 때마침 이 책에 관한 이야길 포스팅.
3. 읽고 나면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던데, 괴롭고 답답한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주려나 하는 기대감.

때문에 회사앞 서점에서 질러버린거죠.





백돼지처럼 생긴 괴짜 신경정신과 박사 이라부와 F컵졸라섹시간호사 마유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환자별 옴니버스 구성이기 때문에
쉽고 빠르고, 명랑한 템포 입니다.

이라부는 무척 기이한 인물이라(어쩌면 이게 또 스테레오 타입이겠습니다만), 논리적인 단계를 밟아 상황을 해체하는 방식은 바랄 수 없습니다.
그저 이라부의 장단에 맞추어 놀아주고 응석을 받아주고 짜증내고 하는 사이
환자 스스로 병의 원인을 직시하게 되고, 순간 치유하는(!) 과정이 반복되죠.

읽으면서 뜨끔한 적도, 과연, 치유받는 느낌이 든 적도 종종 있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실은 별거 아니다.'라고 느끼게 해준다는 겁니다.
실은 별거일지라도 사실은 또 별게 아니다. 라구요.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도 잘 지켜보고 있노라면 쉬워지는 경우가 정말 많죠.
이라부의 환자들이 자신을 '관찰'하는 사이 해법을 찾을 수 있었듯.

버스안에서 소설 읽으면서 소리내어 웃어보긴 오랜만인 것 같네요.


무척
즐거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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